이란, 호르무즈 위안화 거래 원유 도발과 페트로달러

#호르무즈 위안화 거래 원유 #페트로달러

이란, 위안화 거래 원유 호르무즈 통과의 의미 1 (feat 페트로 달러)

이란, 위안화 거래 원유 호르무즈 통과의 의미 2 (feat 페트로 달러)

■ 금본위제의 탄생과 붕괴: 닉슨 쇼크의 서막

1. 최근 이란이 위안화로 거래된 원유에 대해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음.

위안화 거래 원유 호르무즈 통과 기사

2. 이는 단순한 무역 뉴스가 아니라, 글로벌 기축통화 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심각한 지정학적 뇌관임.

3. 이 사안의 본질을 이해하려면 미국의 화폐 패권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지되어 왔는지 그 역사를 되짚어봐야 함.

4. 제2차 세계대전 초기, 전쟁의 참화에서 비껴가 있던 미국은 전 세계에서 금을 보관하기에 가장 안전한 국가로 인식되었음.

5. 영국, 벨기에,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들은 나치 독일에게 금을 빼앗기는 것을 막고, 군수물자와 식량을 구매하기 위해 자국의 금을 대거 미국으로 옮겼음.

6. 1848년 캘리포니아 골드러시 이후 자체적인 금 생산량도 엄청났던 미국은, 대전 직후 전 세계 금 보유량의 약 70%를 쓸어 담으며 압도적인 부를 축적함.

7. 이를 바탕으로 미국은 1944년, 금 1온스를 35달러에 고정 교환해 주는 ‘브레튼우즈 체제(금본위제)’를 출범시키며 달러를 세계 기축통화의 반열에 올림.

금본위

8. 하지만 이 금본위제에는 치명적인 약점인 ‘트리핀 딜레마(Triffin Dilemma)’가 존재했음.

9. 세계 경제 규모가 커지면 결제를 위해 달러 공급을 계속 늘려야 하는데, 달러를 무한정 찍어낼수록 미국 금고에 있는 금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어 화폐 가치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는 모순임.

10. 결정적으로 1960년대 베트남 전쟁이 발발하면서 미국은 막대한 전쟁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금 보유량과 무관하게 달러 윤전기를 마구 돌리기 시작했음.

11. 달러가 시중에 넘쳐나자, 프랑스, 스페인, 영국 등 우방국들은 종이 쪼가리가 될지도 모르는 달러를 들고 미국 연준으로 달려가 실제 금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하는 ‘국가 단위의 뱅크런’을 일으킴.

12. 맹방이었던 영국마저 대규모 금태환을 요구하자, 금고가 바닥날 위기에 처한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1971년 8월 15일 충격적인 성명을 발표함.

13. “지금 달러가 투기꾼들에 의해 공격받고 있다. 당분간 달러의 금태환을 전면 중지한다.” (닉슨 쇼크)

닉슨 쇼크

14. 달러와 금의 연결고리가 끊어지는 순간, 금값은 온스당 35달러에서 단숨에 120달러로 폭등했고, 달러 가치는 4분의 1토막이 나며 미국에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불어닥침.

■ 페트로달러(Petro-dollar)의 탄생과 스위프트(SWIFT) 패권

15. 종이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달러의 숨통을 다시 틔워준 것은 다름 아닌 ‘중동의 검은 황금’, 석유였음.

16. 1973년 11월, 미국의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의 파이살 국왕을 비밀리에 찾아가 역사적인 빅딜을 성사시킴.

17. 당시 사우디 왕가는 적대국인 이스라엘과 경쟁국 이란의 위협 속에서 극도의 안보 불안에 시달리고 있었음.

18. 키신저는 사우디 왕가에 ‘미국의 완벽한 군사적 보호와 무기 지원’을 약속하는 대신, 전 세계 모든 석유 거래를 오직 ‘미국 달러’로만 결제하도록 강제하는 협정을 맺음.

19. 이것이 바로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석유를 수입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달러를 비축해야만 하는 ‘페트로달러(Petro-dollar)’ 시스템의 탄생임.

페트로달러

20. 원유를 팔아 막대한 오일머니를 거머쥔 산유국들은, 이 넘쳐나는 달러를 금고에 썩히지 않고 미국의 국채를 대거 매입하는 데 사용했음.

21. 미국이 종이에 잉크를 발라 찍어낸 달러가 석유 대금으로 중동에 가고, 이 달러가 다시 미국 국채 시장으로 돌아와 미국의 눈덩이 적자를 메워주는 완벽한 ‘무한 동력 순환 구조(Recycling)’가 완성된 것임.

22. 미국은 달러 패권을 통제하기 위해 같은 해인 1973년, 글로벌 은행 간 자금 결제망인 스위프트(SWIFT)를 출범시킴.

스위프트

23. 전 세계 200여 개국, 1만 2천 개 이상의 금융기관을 하나의 거대한 전산망으로 묶어버린 뒤, 원유의 달러 결제 대금이 오직 이 통제망을 통해서만 흐르게 만들었음.

■ 영미권의 탐욕과 이란 석유의 비극 (아약스 작전)

24. 이 거대한 석유 패권의 틈바구니에서 가장 굴곡지고 처절한 역사를 겪은 나라가 바로 이란임.

25. 1901년, 영국인 광산업자 윌리엄 녹스는 쇠약해진 이란 왕조로부터 60년간의 석유 개발권을 헐값에 독점하는 데 성공함.

26. 이후 대규모 유전이 터지자 1909년 ‘영국 페르시아 석유회사(APOC)’를 설립했고, 당시 영국 해군장관 윈스턴 처칠은 군함의 연료를 석탄에서 석유로 바꾸기 위해 이 회사의 지분 51%를 영국 정부가 국유화해 버림. (이 회사가 훗날 BP가 됨)

27. 영국은 이란에서 캐낸 석유로 막대한 부를 누리면서도 이란 정부에는 고작 수익의 16%만을 로열티로 쥐여주며 철저하게 착취했음.

28.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석유 기업들이 베네수엘라와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수익을 50:50으로 공정하게 나누는 파격적인 계약을 맺자 이란 국민들은 분노하기 시작함.

29. 재정에 여유가 있던 미국은 자국 석유 기업들의 법인세를 감면해 주며 산유국과의 50:50 배분을 국가 차원에서 적극 지원했음.

30. 하지만 전쟁 채무에 시달리던 영국은 이란에서 단 한 푼의 수익도 포기할 수 없다며 재협상을 완강히 거부함.

31. 이에 격분한 이란 국민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1951년 모사데크가 총리에 당선되었고, 그는 취임 직후 이란 내 모든 영국 석유 시설을 국유화해 버리는 초강수를 둠.

모사데크

32. 영국은 즉각 페르시아만에 전함과 공수부대를 배치하고 이란의 석유 수출길을 완전히 봉쇄하는 군사적, 경제적 보복을 단행함.

33. 1950년 4억 달러에 달하던 이란의 석유 수입은 영국의 해상 봉쇄 이후 1951년 1백만 달러로 급감하며 국가 경제가 파탄 직전에 몰림.

34. 이때 사태를 관망하던 미국이 개입하기 시작함. 당시 미국은 소련과 첨예한 냉전을 벌이고 있었고, 이란 경제가 무너져 공산화될 경우 중동 전체가 소련의 손에 넘어갈 것을 극도로 두려워했음.

35. 결국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영국 비밀정보국(MI6)은 1953년 8월, ‘아약스 작전(Operation Ajax)’이라는 치밀한 비밀 공작을 실행함.

36. 이들은 테헤란에서 반정부 시위를 조작하고 군부를 매수하여 쿠데타를 일으켰고, 민주적으로 선출된 모사데크 총리를 강제로 축출해 버림.

아약스 작전

37. 그 자리에 실권이 없던 팔레비 국왕을 절대 권력자로 복귀시키며, 이란의 막대한 석유 이권을 다시 미국과 영국이 장악하게 됨.

■ 1979년 이슬람 혁명과 미 대사관 인질극의 앙숙사

38. 미국의 등등한 지원을 받은 팔레비 왕조는 정보기관(SAVAK)을 동원해 반대파를 잔혹하게 고문하고, 극단적인 친서방·세속주의 개방 정책을 강행했음.

39. 부의 양극화가 극에 달하고 이슬람 전통이 무너지자, 국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시아파 이란인들의 분노는 폭발 임계점을 넘음.

40. 시아파 최고 지도자였던 아야톨라 호메이니는 “국왕은 부패했고 미국은 큰 악마다”라고 부르짖다 해외로 추방당했지만, 파리 망명지에서도 끈질기게 반정부 투쟁을 지휘함.

41. 결국 1978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와 경찰의 무자비한 유혈 진압이 도화선이 되어, 1979년 팔레비 국왕은 해외로 야반도주하고 호메이니가 금의환향하는 ‘이슬람 혁명’이 완성됨.

42. 혁명 정부의 분노는 팔레비 국왕을 25년이나 꼭두각시로 조종했던 미국을 향했음.

43.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시 미국의 지미 카터 행정부가 망명객 신세인 팔레비 국왕의 미국 입국과 암 치료를 전격 허용해 버림.

44. 이에 격분한 이란 대학생 수백 명이 1979년 11월,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 담장을 넘어 난입한 뒤 외교관과 직원 52명을 붙잡고 무려 444일간 인질극을 벌임.

이란 미국 대사관 인질극

45. 세계 최강국의 대사관이 점령당하고 자국민이 눈가리개를 한 채 끌려다니는 장면은 미국인들에게 씻을 수 없는 엄청난 치욕과 트라우마를 안겨주었음.

46. 이 대사관 인질 사건을 계기로 미국과 이란은 단교했고, 현재까지도 이어지는 극단적인 적대 관계의 닻을 올리게 됨.

■ 페트로달러의 역린을 건드린 자들의 최후

47. 미국 외교와 안보의 제1원칙은 “기축통화(페트로달러) 체제에 대한 도전은 곧 미국 패권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한다는 점임.

48. 미국은 자국의 핵심 이익이 침해당할 경우 민주당과 공화당의 진영 논리를 불문하고 무자비한 응징을 가해 온 역사를 가지고 있음.

49. 2000년,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은 유엔의 ‘석유-식량 교환 프로그램’ 하에서 자국의 원유 대금 결제를 달러에서 유로화로 완전히 바꾸겠다고 도발했음.

50. 페트로달러에 균열을 내는 이 치명적인 도발 직후, 미국은 2003년 대량살상무기(WMD) 은닉이라는 명분을 씌워 이라크를 전면 침공했음.

51. 대량살상무기는 끝내 발견되지 않았지만, 사담 후세인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고 이라크의 원유 결제는 즉각 달러화로 복귀됨.

사담 후세인

52.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역시 아프리카 산유국들을 규합해 달러 대신 ‘골드 디나르(금화)’로 석유를 거래하자는 범아프리카 통화 구상을 추진했음.

53. 이 구상이 구체화되려던 찰나, 2011년 미국의 지원을 받은 나토(NATO)군의 군사 개입으로 카다피 정권은 붕괴했고 그는 비참한 죽음을 맞이함.

54.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역시 탈달러를 외치며 원유 결제망을 흔들려 했고, 그 대가로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미국의 무자비한 금융 제재를 받아 국가 경제가 초토화된 상태임.

■ 위안화와 호르무즈 해협: 이란의 위험한 벼랑 끝 전술

55. 그리고 이제 페트로달러 체제에 가장 위협적인 도전자가 등장했음. 바로 2018년 상하이 선물시장에서 ‘위안화 표시 원유 선물거래’를 개시한 중국임.

56. 미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이 사우디, 러시아 등과 밀착하여 ‘페트로 위안’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국가 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음.

57. 이러한 살벌한 거시경제적 배경 속에서, 최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원유의 ‘위안화 결제 선박’에 특혜나 통과를 허용하겠다는 카드를 거론하는 것은 엄청난 도발임.

58. 중동 산유국들의 앞마당인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30%가 통과하는 글로벌 에너지 안보의 절대적인 ‘병목 구간’임.

59. 이 핵심 길목에서 미국 달러가 아닌 중국의 위안화가 공식적인 통행증처럼 통용된다는 것은, 미국의 글로벌 금융 지배력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임.

60. 과거 이란 대사관 인질극을 주도했던 강경파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전 대통령 시절(2005년)에도 이란은 달러 대신 유로 결제를 위한 독자 석유 거래소를 개설하며 도발한 전력이 있음.

61. 최근 이스라엘과의 군사적 충돌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이란이 카르그(Kharg) 섬 등 석유 수출 인프라에 대한 미국의 선제 타격 가능성을 억제하기 위해 중국을 방패막이로 끌어들이는 전술일 확률이 높음.

카르그 섬

62. 위안화 결제를 허용함으로써 중국의 강력한 정치적, 군사적 개입을 유도하여 미국의 군사 행동을 견제하려는 고도의 벼랑 끝 전술임.

63. 하지만 이란의 이 선택은 매우 위험한 양날의 검임. 페트로달러라는 ‘역린’을 대놓고 건드린 이상, 미국 행정부 내 강경파들에게 이란의 핵심 군사 및 석유 시설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완벽한 명분을 제공하게 됨.

64. 중동의 복잡한 지정학적 체스판 위에서, 기축통화 패권을 지키려는 미국의 본능은 협상이나 타협을 모름.

65. 이란의 위안화 결제 도발은 단순히 중동 내의 지역 분쟁을 넘어, 미중 간의 화폐 전쟁과 글로벌 원유 공급망 붕괴를 초래할 수 있는 가장 파괴적인 방아쇠가 될 수 있음.

한 줄 코멘트.

호르무즈 해협에서 위안화 석유 결제를 거론하는 것은 단순히 지정학적 시위가 아니라 미국의 심장인 ‘페트로달러’ 패권을 직접 겨냥한 행위이며, 미국은 핵심 이익 앞에서는 여야 없이 무자비하게 행동하는 국가임을 명심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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