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울제 부작용 및 복용 후기 (8년 차 경험담, 프리스틱과 아빌리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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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무렵 처음 마주했던 우울증은 어느덧 28살이 된 지금까지도 삶의 한편에 단단히 자리 잡고 있다.

지난 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항우울제 나에게 일상을 버티게 해주는 버팀목이자, 때로는 극복해야 할 무거운 과제이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나는 결코 모범적인 환자가 아니었다.

상태가 조금 호전되는 것 같으면 내 마음대로 약 복용을 중단하고, 다시 무기력과 우울감이 일상을 덮치면 그제야 허겁지겁 병원을 찾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이 가장 경계하는, 이른바 ‘먹다 안 먹다’를 반복하는 최악의 복용 습관을 지속해 온 것이다.

이러한 불규칙한 항우울제 복용은 필연적으로 감정의 기복을 더욱 심화시켰다.

결국 오랜 기간 다녔던 동네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에서는 보다 체계적이고 심도 있는 치료를 위해 대학병원으로의 전원을 권유했다.

항우울제 부작용 우울감

대학병원으로 진료를 옮긴 이후부터 현재까지, 내 처방전의 핵심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두 가지 우울증 약물은 바로 ‘프리스틱(Pristiq)’과 ‘아빌리파이(Abilify)’다.

이 글에서는 오랜 기간 항우울제를 복용하며 내 몸으로 직접 겪은 생생한 부작용 경험과, 대학병원 주치의 교수님을 통해 알게 된 의학적 사실들을 정리하고자 한다.

항우울제 장기 복용을 고민하거나 약물 부작용으로 두려움을 느끼는 이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아빌리파이 장기 복용과 지연성 운동장애의 위험성

현재 꾸준히 복용 중인 약물 중 하나인 아빌리파이(성분명: 아리피프라졸)는 본래 조현병 치료제로 개발된 항정신병 약물이다.

항우울제 아빌리파이

하지만 주요 우울장애 환자에게는 아주 적은 용량으로 처방되어, 기존 항우울제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심한 무기력증을 개선하는 ‘부가요법제’로 매우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나 역시 이 약을 추가한 후 일상의 활력을 되찾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대학병원 주치의 교수님은 아빌리파이 처방과 함께, 이 약을 장기적으로 복용할 때 반드시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할 치명적인 부작용 하나를 분명하게 경고하셨다.

바로 입 주변이나 안면 근육이 틱(Tic) 증상처럼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무의식적으로 움직이는 현상이다.

지연성 운동장애(Tardive Dyskinesia)란 무엇인가

의학적인 정식 명칭으로는 이를 ‘지연성 운동장애(Tardive Dyskinesia, TD)’라고 부른다. 이는 뇌과학적 관점에서 볼 때 꽤 복잡한 기전을 가진다.

발생 원인: 항정신병 약물이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수용체를 장기간 억누르고 차단하다 보면, 뇌 신경계가 이에 대항하기 위해 도파민에 과도하게 예민해지는 보상 작용을 일으키면서 발생한다.

주요 증상: 입술을 오물거리거나 빨기, 혀를 날름거리기, 턱을 씹는 것처럼 반복적으로 움직이기 등 주로 안면과 구강 주위에 불수의적(자신의 의지와 무관한) 움직임이 나타난다. 심할 경우 팔다리나 몸통이 꼬이는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교수님께서 이 부작용을 유독 강조하신 이유는 그 ‘비가역성’ 때문이다.

지연성 운동장애는 한 번 증상이 발현되면, 원인이 되는 약물을 즉각 중단하더라도 쉽게 원래의 상태로 돌아오지 않고 영구적인 후유증으로 남을 위험이 존재한다.

따라서 아빌리파이를 장기 복용하는 환자라면 세면을 하거나 거울을 볼 때, 밥을 먹을 때 자신의 안면 근육에 미세한 이상 운동이 없는지 스스로 철저하게 모니터링하는 습관을 지녀야 한다.

프리스틱(Pristiq) 복용 누락 시 발생하는 극심한 어지러움

내 처방전의 또 다른 핵심이자 우울증 치료의 주축을 담당하는 약물은 프리스틱(성분명: 데스벤라팍신)이다.

이 약은 정말 정직하고도 무섭게, 복용 시간을 단 하루만 놓쳐도 신체에 즉각적인 경고 신호를 보낸다.

바쁜 일상에 치여 약 먹는 것을 깜빡 잊고 대략 24시간 정도가 지나면, 일상생활을 온전히 유지하기 힘들 정도의 급격하고 극심한 어지러움이 밀려온다.

단순히 피곤해서 생기는 현기증과는 차원이 다르다.

고개를 살짝 돌리거나 시선을 옮길 때 세상이 핑 도는 듯한 감각이 들고, 뇌에 순간적으로 전기가 통하는 것처럼 ‘찌릿’하는 불쾌한 신경학적 통증(이른바 ‘브레인 잽, Brain Zaps’)이 동반되기도 한다.

처음 이 증상을 겪었을 때는 프리스틱이라는 약이 내 몸에 맞지 않는 독한 약이거나, 내 신경계가 유별나게 약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탓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심리학과 약리학 자료를 깊이 있게 찾아보고 주치의와 상담한 결과, 이는 프리스틱만의 독자적인 부작용이라기보다는 내가 복용하는 약물이 속한 SSRI 및 SNRI 계열 항우울제가 공통적으로 지닌 약리학적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항우울제 중단 증후군과 약물의 반감기

우울증 약 복용을 하루 걸렀을 때 나타나는 어지러움과 찌릿함은 의학계에서 ‘항우울제 중단 증후군(Antidepressant Discontinuation Syndrome)’으로 정의된다.

항우울제 중단 증후군

우울증 약은 뇌 신경세포 시냅스 사이의 세로토닌이나 노르에피네프린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약물 공급이 갑자기 중단되면, 그 농도에 적응해 있던 뇌 신경계가 급격한 환경 변화를 견디지 못하고 일시적인 마비나 혼란을 겪으며 신체적 반발 작용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수많은 항우울제 중에서도 유독 프리스틱은 단 하루만 빼먹어도 이렇게 즉각적이고 강렬한 금단 증상을 유발하는 것일까?

그 해답은 약물이 체내에 머무는 시간을 의미하는 ‘반감기(Half-life)’에 숨어 있다.

프리스틱의 짧은 반감기

프리스틱이 속한 SNRI(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 계열 약물은 반감기가 매우 짧은 편이다.

특히 프리스틱의 반감기는 약 11시간 남짓으로, 약을 먹은 후 반나절만 지나도 체내 혈중 농도가 절반으로 뚝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항우울제와의 비교

반면, 대중적으로 널리 쓰이는 프로작(성분명: 플루옥세틴) 같은 SSRI(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약물은 반감기가 무려 4일에서 6일에 달한다.

이러한 약들은 며칠 복용을 잊더라도 피 속의 약물 농도가 아주 서서히 감소하기 때문에 뇌가 충격을 덜 받는다.

결론적 원인

즉, 24시간 미복용 시 내가 겪은 극심한 어지러움은 항우울제 전반에서 나타날 수 있는 공통된 금단 증상이다.

다만, 프리스틱이 지닌 ‘매우 짧은 반감기’라는 약물학적 특성 탓에 혈중 신경전달물질 농도가 급전직하하면서 뇌가 격렬한 충격을 받아 그 증상이 유독 빠르고 강하게 체감되는 것이다.

임의 단약의 위험성과 올바른 치료를 향한 길

지난 8년 동안 우울증과 힘겨운 싸움을 이어오며 내가 저질렀던 가장 뼈아픈 실수는, ‘이제는 기분이 좀 나아졌으니 내 의지대로 약물 복용을 통제할 수 있다’는 오만과 착각이었다.

프리스틱을 단 하루만 걸러도 겪게 되는 그 끔찍한 어지러움과 뇌의 찌릿함은, 역설적으로 이 작은 알약들이 내 뇌 속에서 얼마나 중요하고 정교한 화학적 균형을 잡아주고 있었는지를 확실하게 증명하는 현상이다.

우울증 약은 절대로 환자 본인의 임의적인 판단에 따라 용량을 조절하거나 단약을 시도해서는 안 된다.

앞서 언급한 무서운 항우울제 중단 증후군을 피하고 뇌 신경계의 영구적인 손상을 막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전문의와의 긴밀한 상담을 통해 수주에서 수개월에 걸쳐 약을 아주 미세한 용량으로 쪼개어 줄여나가는 ‘테이퍼링(Tapering)’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항우울제 테이퍼링

우울증 약이 삶의 모든 문제를 단숨에 해결해 주는 마법의 알약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깊고 어두운 우울의 늪에 빠져 허우적댈 때, 최소한 그곳에서 질식하지 않고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 수 있게 단단히 지탱해 주는 생명줄 역할은 분명히 해낸다.

약물이 가진 부작용의 위험성을 명확히 인지하고 내 몸의 미세한 변화를 관찰하되, 처방받은 정량과 정해진 시간을 엄격하게 지켜 꾸준히 복용하는 것. 그것만이 결국 우울증이라는 길고 험난한 터널을 가장 안전하고 확실하게 빠져나갈 수 있는 유일한 지름길일 것이다.

프리스틱 서방정 정보

아빌리파이 정보 (약학정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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