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기록] 기술주 물타기를 멈춘 이유

#기술주 물타기 #포트폴리오 재분배

인공지능 혁명과 반도체 슈퍼 사이클. 누구나 동의하는 이 거대한 미래의 방향성에 굳은 확신을 가지고 내 포트폴리오의 절반을 기술주로 가득 채웠다.

내 나름대로는 AI 데이터센터의 병목 현상을 해결할 핵심 퍼즐 조각들을 정교하게 모았다고 자부했다.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며 붉게 타오르던 계좌를 보며 짜릿한 성취감을 느꼈던 것도 잠시, 최근 단 며칠 만에 고점 대비 20~30%씩 수직 낙하하는 주가 창 앞에서 나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

AI 기술주들의 주가가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일은 상상 이상의 심리적 고통을 수반했다.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와 펀더멘털은 변함이 없는데, 도대체 왜 이렇게 무섭게 빠지는 걸까?”, “지금이라도 눈물을 머금고 손절해야 할까, 아니면 계좌에 남은 현금을 긁어모아 물타기를 해야 할까?” 수많은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인간의 뇌는 손실을 회피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더니, 파란색으로 도배된 수익률 앞에서 편도체가 경고음을 울리며 당장 뭐라도 행동하라고 나를 부추기는 듯했다.

하지만 불안한 마음에 각종 주식 커뮤니티를 기웃거리며 비관적인 폭락론과 근거 없는 희망 회로 사이를 오가던 나는, 문득 이대로 감정에 휩쓸려 충동적으로 매도 버튼을 누르거나 막연히 반등을 기도하며 계좌를 방치하는 것은 내 소중한 자산을 시장에 고스란히 헌납하는 짓임을 깨달았다.

한 가정의 미래를 책임지고 자산을 지켜내야 하는 입장에서, 한순간의 공포에 굴복할 수는 없다.

요동치는 호가창에서 강제로 눈을 떼고 차갑고 냉정한 이성을 되찾기 위해, 스스로 뼈아픈 반성을 기록하며 앞으로의 생존 비중 조절 전략을 다짐해 본다.

수익률에 눈먼 오만함

미국 기술주 폭락을 온몸으로 맞으면서 내가 가장 먼저 뼈저리게 인정해야 했던 사실은, 솔직히 고백하자면 리스크 분산의 중요성을 몰랐던 게 아니라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외면했다’는 점이다.

나는 몇 가지 종목을 나누어 담긴 했다.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을 들여다보면, 리스크를 헷징하려는 목적보다는 그저 이 AI 테마주들이 다 같이 폭등하여 나에게 압도적인 수익을 안겨주길 바라는 얄팍한 탐욕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안전한 배당주나 채권을 섞으면 전체 계좌의 수익률이 깎일 것 같다는 알량한 계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분산 투자를 애써 모른 척했던 것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내 포트폴리오를 뜯어보니 이들은 이름표와 세부적인 사업 영역만 다를 뿐, 결국 ‘미국 나스닥 지수의 투심’,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인프라 투자 규모(Capex)’, 그리고 ‘금리 인하 기대감’이라는 동일한 거시 경제 변수에 의해 한 몸처럼 움직이는 자산들이었다.

금융 공학에서 말하는 ‘상관계수(Correlation)’가 극단적으로 높은 종목들만 모아둔, 그야말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 같은 계좌였다.

축구팀에 비유하자면, 10대 0으로 대승을 거두고 싶은 욕심에 11명의 선수를 전부 공격수로만 채워 넣은 오만한 감독이 바로 나였다.

시장에 유동성이 넘치고 환호성이 터져 나오는 상승장에서는 이 거대한 동조화가 지수 대비 몇 배의 초과 수익을 가져다주는 강력한 엔진이 되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우려가 불거지고 기관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는 조정장이 오자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수비수와 골키퍼가 없는 내 팀은 상대의 역습 한 번에 처참하게 무너져 내렸다.

단기간에 높은 수익률을 뽑아내겠다는 욕심에 눈이 멀어, 거대한 매크로의 폭풍우 앞에서 방어적 자산 하나 없이 날카로운 창만 여러 자루 들고 전쟁터 한가운데 서 있었던 나의 어리석음을 반성하게 된다.

수익률에 눈이 멈

기술주 물타기와 떨어지는 칼날

주가가 무섭게 폭락하는 며칠 동안 내가 가장 강하게 느꼈던 유혹은, 평단가를 낮추기 위해 계좌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소중한 현금을 쏟아붓는 ‘물타기’였다.

지금이 마치 세일 기간인 것처럼 느껴졌고, 여기서 현금을 투입해 조금만 더 사모으면 평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춰 단기 반등 시 금방 원금을 회복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에게 단호하게 제동을 걸었다.

기술적 지지선이 무참히 붕괴된 주식은 바닥이 어디인지 그 누구도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

“이 정도면 많이 빠졌지”라는 개인의 얄팍한 직감은 시장의 거대한 하락 파동 앞에서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과거의 수많은 투자 대가들이 증명했다.

만약 거시 경제의 불안이 단기에 그치지 않고 장기화되어 기술주 소외 현상이 수개월간 이어진다면 내 계좌는 어떻게 될까.

만약 그 불확실한 도박에 남은 현금마저 모두 쏟아부었다면, 내 계좌는 그야말로 회복 불능의 늪에 빠지게 될 것이다.

떨어지는 칼날, 기술주 물타기

이기는 투자의 뼈대?

어떤 하락 폭풍우 속에서도 밤잠을 설치지 않는 강인한 투자자로 거듭나기 위해, 나는 내 포트폴리오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기로 결심했다.

그동안 숱한 투자 서적에서 읽었지만 내 계좌에는 애써 외면했던 기관 투자자들의 정석, ‘코어 앤 새틀라이트(Core & Satellite)’ 전략을 도입해 보면 어떨까.

1) 새틀라이트(위성/공격수)

현재 내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주들은 일단 남겨둘 것이다.

이 자산군의 유일한 존재 이유는 내 포트폴리오에 폭발적인 초과 수익(Alpha)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단, 이제부터는 철저한 원칙을 세운다.

전체 자산에서 이 새틀라이트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을 결코 지금 이상으로 늘리지 않을 것이다.

또한 이 종목들은 급등락이 심하므로 무작정 방치하지 않겠다.

반등이 있으면 더 오르겠지 하는 마음으로 계속 가지고 있기 보다는 비중을 줄여나가면 어떨까.

2) 코어(핵심/수비수)

내 포트폴리오가 기술주의 거친 변동성을 견뎌내고 끝까지 살아남으려면, 잠들어 있는 50%의 현금을 절대 흔들리지 않는 무거운 닻과 같은 ‘코어 자산’으로 환골탈태시켜야 한다.

이 현금은 철저히 시장을 방어하고 꾸준한 수익을 내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투입할 것이다.

지금으로써는 S&P 500 ETF나 SCHD같은 배당 ETF를 매수할 계획이다.

이 위기를 성장의 발판으로

글로벌 기술 산업을 주도하는 기업들의 장기적인 펀더멘털은 여전히 굳건하다.

내가 겪고 있는 이 고통스러운 주가 하락은 미래에 대한 과도한 기대로 단기간에 팽창했던 거품이 정상적인 가치로 회귀하는, 건전하고도 필수적인 성장통일 것이다.

주식 시장은 언제나 환희와 공포의 사이클을 끝없이 반복한다

이번 폭락장에서 겪은 뼈아픈 공포를 단순히 운이 없었다며 회피해 버린다면, 나는 영원히 하수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오직 공격력에만 치중하여 밸런스가 붕괴되었던 내 포트폴리오의 치명적인 약점을 이제는 솔직하게 인정한다.

나를 지켜준 절반의 현금으로 든든한 방어적 자산을 편입하여 ‘코어 앤 새틀라이트’라는 진형을 기필코 완성해 낼 것이다.

어설픈 직감과 감정을 통제하고, 차가운 기계처럼 자산 배분 원칙을 고수해 나간다면, 나의 이 계좌는 어떠한 매크로의 폭풍우 속에서도 결코 침몰하지 않고 결국 목적지에 도달하는 견고한 방주가 될 것임을 굳게 믿는다.

오늘의 이 반성문이 훗날 성공적인 투자를 위한 가장 값진 터닝포인트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기술적분석 중 ‘떨어지는 칼날을 잡지 마라’는 말에 대하여

현금 보유 불안감과 뇌동매매: 포모를 넘어서기 위한 다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