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를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단 한 가지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를 때

‘인정받아야만 가치가 있다’는 낡은 규칙을 따라 평생을 달려온 길의 끝에서, 우리는 깊은 막막함과 마주한다.

평생의 이정표였던 지도가 눈앞에서 찢겨 나간 듯,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는 안갯속에 홀로 서 있다.

더 큰 문제는, 타인의 지도에만 의존하느라 내 안의 나침반을 읽는 법조차 잊어버렸다는 사실이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니,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막막함은 실패의 선고가 아니다.

오히려 평생 나를 짓누르던 ‘해야만 하는 일’들의 목록이 사라지고, 처음으로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순수한 질문을 던질 완전한 자유를 얻었다는 축복의 신호일지 모른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안갯속에서 불안에 떠밀려 허둥대는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춰 먼지 쌓인 나침반의 유리를 조심스럽게 닦아내는 일이다.

‘나를 돌보는 시간’, 너무 늦거나 사치스러운 것은 아닐까?

물론 현실의 무게는 만만치 않다.

“먹여살릴 가족도 있고, 돈도 벌어야 하는데… 이렇게 내 마음만 들여다볼 여유가 어디 있나?” 하는 조급함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망가진 나침반을 든 선장이 ‘출항 시간이 늦었다’는 조급함에 그대로 거친 바다로 나아간다면 그 배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아마 소중한 시간과 연료를 엉뚱한 곳에 모두 낭비한 채, 원치 않는 곳에 표류하거나 난파되고 말 것이다.

잠시 항구에 머물러 나침반을 수리하는 시간은 결코 낭비가 아니다.

그것은 앞으로의 긴 항해를 위한 가장 필수적이고 지혜로운 투자이다.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은 현실 도피가 아니라, 앞으로의 삶에서 겪을 수많은 시행착오를 막아줄 가장 현실적인 전략이다.

일상에서 시작하는 나침반 수리법: 두 개의 트랙을 동시에 걷기

우리는 ‘자기 탐색’과 ‘현실 준비’라는 두 개의 트랙을 현명하게 함께 걸어가야 한다.

트랙 1: 내면의 나침반 감도 높이기 (자기 탐색)

거창한 계획은 필요 없다. 지금 이 순간, 아주 사소한 감각과 감정을 통해 ‘나’에 대한 데이터를 모으듯 시작하는 것이다.

오늘 마신 커피의 쌉쌀한 향이 ‘좋다’.

지금 입고 있는 옷의 까슬한 감촉이 ‘불편하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오후의 햇살이 ‘따뜻해서 좋다’.

반복되는 집안일이 오늘은 유독 ‘지겹게 느껴진다’.

이처럼 아주 작은 ‘좋다/싫다’, ‘편안하다/불편하다’의 신호를 놓치지 않고 알아차려 주는 것.

이것이 바로 무뎌진 내면의 감각을 다시 예민하게 만들고, 나침반의 바늘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핵심적인 훈련이다.

트랙 2: 세상의 지도 탐색하기 (현실 준비)

동시에, 우리는 현실의 지도를 가벼운 마음으로 탐색할 수 있다.

정답을 찾으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능성을 탐험하며 나의 나침반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하는 것이 목표다.

‘내가 가진 기술로 단기간에 할 수 있는 일은 뭐가 있을까?’ (정보를 수집하며 마음이 끌리는지 살핀다.)

‘내 전공과 무관하게 한번 배워보고 싶었던 분야는 무엇인가?’ (온라인 강의 목록을 보며 호기심이 생기는지 살핀다.)

어떤 일을 상상할 때 가슴이 뛰고, 어떤 일을 상상할 때 몸이 무거워지는가? (나침반의 미세한 반응을 살핀다.)


길을 잃었다는 것은, 비로소 나만의 새로운 지도를 그려나갈 기회를 얻었다는 뜻이다.

타인의 인정을 구걸하던 삶에서, 내 안의 목소리를 신뢰하는 삶으로. 그 위대한 여정의 첫걸음을 뗀 당신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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