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RN이 입자가속기를 이용해 납에서 양성자 3개를 제거, 금 원자핵을 생성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연금술의 전설이 현대 과학으로 구현된 순간이다.
금은 양성자 79개, 납은 82개
원자는 중심에 있는 원자핵(양성자와 중성자로 구성됨)과 그 주위를 도는 전자로 구성된다.
이 중에서 양성자의 수는 해당 원소의 정체성을 결정한다.
예를 들어, 납(Pb)은 양성자 82개, 금(Au)은 양성자 79개를 갖는다.
즉, 납에서 양성자 3개만 빼면 금이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문제는 어떻게 그 양성자 3개를 원자핵에서 안정적으로 떼어내느냐이다.

CERN의 실험: 납이 금이 된 순간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이 아이디어를 실험으로 검증하기 위해 거대강입자충돌기(LHC)를 활용했다.
실험 방식은 다음과 같다.
1. 납 원자핵을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가속
LHC 내부에서 납 원자핵을 약 99.999%의 광속으로 움직이게 만든다.
2. 정면 충돌이 아닌 ‘극주변 충돌(Ultraperipheral Collision)’ 유도
두 납 원자핵을 정면 충돌시키는 것이 아니라, 스치듯 가까이 지나가게 한다.
이렇게 하면 두 입자가 직접 부딪히지 않고도, 강한 전자기장이 서로 영향을 주게 된다.
3. 전자기장 속 고에너지 광자 발생
극주변 충돌 중에 고에너지 광자가 방출된다.
이 광자는 양성자와 중성자로 구성된 납 원자핵에 직접 작용한다.
4. 전자기 붕괴(Electromagnetic Dissociation) 발생
고에너지 광자가 납 원자핵을 강타하며 양성자 3개가 튕겨 나가는 반응이 일어난다. 결과적으로 양성자 수가 79개인 ‘금’ 원자핵이 생성된다.

얼마나 많은 금이 만들어졌을까?
이 실험은 단 한 번이 아니라,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수차례 반복되었고, 데이터를 정밀하게 수집했다.
그 결과,
생성된 금 원자핵: 약 860억 개
무게로 환산 시: 약 29피코그램(1조 분의 29그램)
생성 후 유지 시간: 평균 1마이크로초 미만
즉, 금은 실제로 만들어졌지만,
너무 적은 양이고,
너무 빨리 붕괴되며,
상온에서 안정된 금이 아니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회수하거나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실험이 중요한 이유
이 실험의 목적은 금을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핵반응 이론의 타당성을 실제 데이터를 통해 검증하는 것이었다.
특히 양성자 1개 혹은 2개가 떨어져 나가는 경우,
기존 핵물리 이론에 비해 실험 결과가 17~25% 더 많이 관측되었다.
이는 현재 사용 중인 핵반응 시뮬레이션 모델에 개선의 여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또한, 이 실험을 통해 입자가속기의 성능과 측정 정밀도, 이론 예측의 한계 등을 정교하게 재조정할 수 있는 데이터가 확보되었다.

개인적 견해
물질은 정말로 바뀔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은 너무 비쌌고, 결과는 너무 짧았다.
금은 만들어졌지만 쓸 수는 없었다.
그 대신, 우리는 핵반응이 실제로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조금 더 정확히 알게 되었다.
과학은 원하는 것을 얻는 길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더 나은 질문을 찾아가는 길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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